“헉, 아, 아.” “류혜진? 정신이 들어? 기다려봐 내가 의사 데리고,” 여자는 다급해서 손을 휘젓고 이소연을 붙잡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금방 나오지 않아 답답한 모양이다.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침을 몇 번이나 삼키고 나서 말한다. “련.. 목련, 어디 있어.” “어?” “련이 어딨냐고!” “...” “야, 이 씨발... 어디 있냐고...
이소연에게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류혜진 외의 유일한 친구.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여자. 이 한 문장으로 우린 꽤 긴 시간을 돈독하게 보냈다. 바보 같다. 정말 생을 마감이라도 하는 듯이 하나 둘 떠나보내고 있구나. 목에 가시바늘이 있다. 숨을 쉴 때 마다 아프다. 시간이 부족하다. 여옥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웃으면서 간신히 말을 한다. “여옥아, ...
붉은 피를 쏟아내는 한림을 멍하게 보다가 아직 날 보고있는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마지막까지 그 새끼의 눈은 날 보고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인 것처럼. 죽었지만 죽지 않은 것 같았다. 여옥이에게 일을 간단히 설명하고 도망차듯 집으로 돌아왔다. 신발만 간신히 벗고 침대에 파고들었다. 눈을 떴고, 집이었다. 넓지만 공허한 호텔도 아니고, 죽은 숨만 떠다니는...
한림의 사무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클럽 수나, 거래를 맺은 뽕쟁이들 수도, 드려온 마약상자 개수도 다 안다. 딱 하나, 그 새끼 속만 모른다. 한손에 든 해바라기를 바스라질 것처럼 쥐고 한손은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드렸다. 일정한 박자로. 문을 열 때까지 계속 두드릴 생각이었다. 철문을 두 번 정도 쳤나,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이 열렸다. 앞...
“언니!! 큰언니!” “아,” “정신이 좀 드십니까.” 차가운 바닥이 내 다리를 꾹 누른다. 알싸하게 퍼지는 고통에 눈을 감고 신음했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아직 그 건물 안이네, 얼른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줬으면 좋겠어. 여옥이의 팔을 잡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여옥인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눈을 감는다. "나머지 애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그래...
“아줌마, 근데.” “언니.” “근데.” “언니.” “..나간다?” “어, 아가씨 왜 불러?” “이름이 뭐에요?” “내 이름도 몰랐니?” “아줌마가 안 알려줬잖아. 나는 여옥이 언니 같은 사람 없거든요.” “거기서 여옥이 이름이 왜 나오니.” “아, 빨리 이름이나 알려줘요.” “내 이름이 별로 안 예쁜데?” “이름에 예쁘고 못난 게 어디 있어요. 빨리 말해...
긴 한숨을 뱉고 다시 고개를 든다. 아이의 총은 바닥에 떨어져있다. 미간을 찌푸리며 총을 바라보니 아이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다. 아줌마 내 소원 기억나요? “죽여요, 난 죽어도 아줌마 손에 죽고 싶어.” “넌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하는 거냐.” “당연하지, 내 소원은, 아줌마가 죽을 때까지 날 못 잊는 거야.” 너는 정말, 이 순간에도 끔찍하게 예쁘...
“혼자 볼 수 있어?” “내가 애야? 잘 보고 있을 테니까 빨리 다녀와. 회사 대표라는 게 일주일 동안 얼굴도 안 비추면 회사가 참 잘 돌아가겠다?” “거, 잔소리는. 잘 보고 있어 일어나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어.” 그럼 믿고 다녀올게. 이소연은 태연한 척 하면서 병실 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렇게 바쁘면서 어떻게 버텼대. 이소...
“유소람은?” “류혜진부터 데려와.” 남자는 여유롭게 담배 연기를 뱉으며 고개짓을 했다. 남자의 수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차에 있는 유소람을 확인했다. 아이는 아침이 돼서 집에서 나올 때부터 여기에 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색을 보니 한숨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시선이 마주칠 틈도 보이지 않았다. 꽉 닫힌 창문 같다. 빛 하나, 틈 ...
준비를 다 끝내고, 이제 슬슬 이소연에게 연락해서 약속자리로 가려고 휴대폰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두 통 들어 와있었다. 두 통은 이소연이였고 류혜진에겐 문자가 와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발끝에서부터 슬그머니 올라온다. 어두운 그림자에 내 머리 위부터 감싸오는 기분이다. 떨리는 손가락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류혜진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눌렀다. 문자는 아주 간단했다...
“아, 아파요.. 살살.” “좀 참아봐, 엄살은.” “아줌마가 조금만 힘 풀면 되잖아. 아, 아 아파.” “알았어, 알았으니까 손 좀 풀지. 머리털 다 뜯기겠어.” “저번엔 그냥 막 뜯었으면서.” “자, 다 됐다. 그러니까 뭐가 좋다고 현장을 그렇게 날뛰어.” “재미있잖아요.” “재미?” “아줌마는 늙어서 다 잊어버렸지 몰라도 저처럼 젊은 피는 막 끓어올라...
사각사각 오랜만에 칼과 연필을 꺼내서 깎았다. 저번에 손이 베여서 아이에게 된통 당한 일이 생각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이것만한 게 없다. 조용한 피아노 노래까지 틀어놓으니 천천히 심란했던 몸 속 혈관들이 제자리를 잡는다. 엉키고 설켰던 게 차차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날이 밝도록 계속 연필만 깎아댔다. 이미 예쁘게 모양을 갖춘 연필들이 내 옆에 ...
세계를 만들기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제가 만들어 낸 인물들을 사랑합니다. 현재 권총을들고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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